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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라라랜드, 2016 - 뮤지컬에 감춰진 현실적인 꿈과 사랑

아이스얼그레이 2022. 12. 7. 13:55

저는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토토가 거울 앞에서 몸을 숙였다가 올라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어린이였던 토토는 거울에서 잠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 만으로 청년이 됩니다. 이런 연출이 제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이 힘든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울에서 잠시 벗어난다 해도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저 그래 왔던 것처럼 묵묵히 시간을 겪어나가야 하죠. 이럴 때 영화를 보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지겹고 차갑게 흐르는 시간은 간단한 편집만으로 덜어낼 수 있고, 흥미진진한 장면만 골라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앞으로 제가 봤던 영화들을 기록하면서 감상해보려고 합니다.

 


라라랜드, 2016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한 라라랜드입니다. 셔젤은 위플래쉬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감독별로 영화의 연출이나 분위기를 파악해보려고 하는데, 이 감독은 음악을 다루는 영화를 상당히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라라랜드는 제가 처음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 봤던 영화입니다. 사실 라라랜드를 처음 보기 전에는 흔한 뮤지컬 영화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영화에서 나오는 뮤지컬과 신나는 음악은 슬픔을 애써 감추기 위한 연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미아와 세바스찬은 명확한 꿈을 가지고있는 서로에서 이끌리며 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집니다.(현실이었더라면 훨씬 오래 걸렸겠죠)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연인이 된 후를 마법 같은 영화 기법으로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광고로 영화가 중단되자, 영화에 나온 장소에 곧장 가버립니다. 그리곤 함께 춤을 추고 별자리를 함께 보죠. 그러다가 우주로 날아가서 왈츠를 춥니다. 꿈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인데,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꿈에 이끌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서로의 꿈에 의해 서로 멀어집니다. 세바스찬은 정통 재즈바를 여는 것을 꿈꿨지만, 미아의 통화 내용을 듣고 돈되는 음악을 하기 시작합니다. 돈을 많이 벌었지만 전국 투어를 다니느라 미아와 멀어졌죠. 반면 미아는 본인의 꿈을 좇으며 1인 연극을 하지만, 관객의 매몰찬 혹평을 듣고 꿈을 포기하고 맙니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미아가 꿈을 포기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마지막 오디션을 보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게 됩니다.

 

오디션 결과 미아는 영화에 캐스팅되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 가게 되죠. 둘은 끝이 보이는 관계라는 것을 알아채고, "난 항상 당신을 사랑할 거야"라는 역설적인 말과 함께 둘은 이별하고 영화상의 시간은 5년이 흘러갑니다.

 

시간을 흘러 미아는 스타가 되었고, 자신이 카페에서 일할 때 선망하던 배우와 같이 카페에서 라떼를 사 갑니다. 그리고 어린 딸도 있었죠.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재즈바를 가게 되는데, 그곳은 자신이 세바스찬에게 추천했던 SEB'S라는 이름의 재즈바였습니다. 둘은 서로를 알아봤고, "Welcome to Seb's"라는 말을 뒤로 세바스찬의 연주가 시작됩니다. Mia & Sebastian's Theme의 곡을 연주하며 둘의 사랑이 이뤄졌을 때의 장면을 보여줍니다. 연주가 끝나고 각자의 위치에서 꿈을 이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자꾸 제가 겪은 경험을 상기시키는 영화였습니다. 저 또한 꿈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을 했던 경험이 있고, 하나를 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어렴풋이 알기에 씁쓸한 뒷맛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라라랜드라는 명작에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고, 인생에 의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노팅힐같은 로맨틱 영화의 클리셰라는 느낌이 있지만, 제 인생에도 언젠가 그런 장면이 있었으면 합니다.

 

영화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굳이 프랑스와 미국 사이의 물리적 거리라는 장애물을 두 사람에게 줘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없이 미아와 세바스찬이 사랑과 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면, 라라랜드는 그저그런 로맨스 영화로 남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이별과 개인적 성취를 통해 이 영화는 동화가 아닌 현실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