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것저것

발표에 대해

아이스얼그레이 2022. 7. 1. 22:44

이번 학기에는 수업에서 발표를 해야 할 일이 참 많았습니다.

 

크게 casual한 발표와 formal한 발표로 나누자면, 매주 화요일 졸업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대해 casual한 발표를 했고

프로젝트 기반 수업에서 발표를 맡아서 formal한 발표를 2번 진행했습니다.

 

casual한 발표라고 해도 매주 긴장되는 상황에 노출되니 발표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긴 하더라고요. 처음 발표할 때에 비해서 긴장도 덜 되고 연구진행 PPT 준비도 나름 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formal한 발표를 2번 진행하면서 배운 점이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SoC 프로젝트에서 PPT 제작과 결과 발표를 맡았고, 졸업프로젝트에서 최종 결과 발표를 맡았습니다.

 

이 두 발표를 준비할때 상반된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SoC 프로젝트 발표를 준비할 때는 PPT 제작 외에 대본 작성이나 예행연습 없이 발표를 했습니다. 어차피 내가 만든 PPT고 한 달 동안 내가 짰던 코드니까 대본이 없이 발표해도 무리가 없을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직접 발표를 해보니 생각보다 말이 막히기도 하고, 필요 없는 설명을 주절주절하다 보니 발표 시간을 초과하기까지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B+를 받았습니다. A를 못 받은 게 발표 때문만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상당히 아쉬운 발표였습니다.

 

반면에 졸업프로젝트 발표를 준비할 때는 정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우선 교수님이 TED같은 professional한 발표를 요구하셨습니다. 매주 했던 격식을 차리지 않는 casual한 발표가 아닌 정말 공식적인 발표를 말이죠.그래서 우선 'professional한 발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만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professional한 발표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TED인데, TED는 뭔가 정말 한 분야의 거장이 나와서 발표하는 느낌이라서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참고한게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입니다. 공식적인 발표를 하면서도 위트 있고 국내에서는 TED만큼 권위를 가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세바시 강연을 여럿 보면서 professional한 발표의 조건을 3가지로 추려봤습니다.

1. 떨지 말 것, 떨더라도 티 내지 말 것

이건 필수적인 조건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발표할 때 정말 많이 떨었던 기억이 있는데, 복학하고 나서는 발표 때 떨리는 게 좀 덜해졌습니다. 청중의 입장에서 발표자가 떨면 발표 내용에 확신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안 떨면서 발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뭐 이걸 단박에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만, 저는 밑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감자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연습이 답인 것 같습니다.

2. 발표자료를 보지 않는 발표

세바시 강연자들은 공통적으로 뒤에 띄우는 PPT를 보지 않고 청중들과 눈을 마주치며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게 professional한 발표의 첫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발표자료를 최대한 보지 않고(한 슬라이드에 3번 이하) 발표를 해보려고 연습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PPT를 넘겼을 때 현재 어떤 화면이 나타나는지, 그 화면에서 어떤 대사를 쳐야하는지 싹 다 외워야 합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발표자료에 공을 많이 들였고 연습도 많이 해서 실제 발표 때 뒤를 거의 보지 않고 청중들을 보면서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3. 청중을 한 명이라도 웃길 수 있는 발표

이건 필수는 아닙니다만, 성공하면 발표의 집중도를 확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프로젝트 발표에서 처음 시도해봤는데 교수님도 웃으시고 학생분들 중 한두 명이 웃는 게 보여서 상당히 뿌듯했습니다..ㅎㅎ

발표가 10분 이상 길어진다 싶으면 중간에 가벼운 얘기를 하면서 유머를 넣는게 상당히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발표를 상당히 기피했는데, 이제 발표할 기회가 있다면 제가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성공 경험(발표로 졸프 A+..)을 통해 나름 자신감이 생겼고, 대학생 때 아니면 발표력을 키울 기회가 거의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졸업하고서 하려면 돈 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발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내 성과와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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